훈민정음과 중세한국어 : 백두현 편저




1. 초성의 제자 원리
'훈민정음' 해례본 제자해에서 설명된 초성의 제자원리는 크게 상형(象形), 가획(加劃). 이체(異體)의 원리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다섯 개 기본자(ㄱ, ㄴ, ㅁ, ㅅ, ㅇ)는 발음기관을 상형하여 만들었습니다.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꼴을, ㄴ은 혀가 잇몸에 닿는 꼴을, ㅁ은 입술 모양을, ㅅ은 이의 모양을, ㅇ 은 목구멍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것입니다. 이 다섯 개의 기본자에서 음의 세기에 따라 획을 덧붙여 다른 글자들을 만든 것입니다. 다만 ㆁ 은 어금닛소리와 비슷하면서 목구멍소리와도 비슷하므로 모양을 달리해서 만들었고,ㄹ과 반치음은 혀와 이의 모양을 본떴다고 합니다. 또한 단순한 상형의 원리 뿐만 아니라 이러한 각 낱글자에 성리학의 이론을 적용하여 음양오행으로 글자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자해에 설명된 이러한 원리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상형 가획 이체 오행 방위
어금닛소리(牙音)
혓소리(舌音) ㄷ ㅌ
입술소리(脣音) ㅂ ㅍ 중앙
잇소리(齒音) ㅈ ㅊ  
목구멍소리(喉音)  






2. 중성의 제자 원리
중성자는 11자를 만들었는데, 먼저 기본자 3자를 만들었습니다. 그 기준은 혀의 움직임과 그 소리의 깊이였는데, ㆍ는 舌縮而聲深, ㅡ는 小縮而聲不深不淺, ㅣ는 舌不縮而聲淺에 의해 3단계로 나누어 결정되었습니다. 이는 혀의 움츠림, 즉 설측(舌縮)과 소리의 깊고 얕음 즉 성심(聲沈)과 성천(聲淺), 입술의 오무림과 펼침과 같은 음성분석의 이론을 적용한 것입니다. 이는 당대 최고의 성운학적 지식인 것임을 생각해 볼 때 세종 스스로가 성운학에 깊은 조예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후에 동국정운을 편찬하면서도 그러한 면모가 잘 드러나기도 합니다.




중성의 형성은 초성과는 달리 성리학의 삼재(三才)를 상형하여 만들었습니다. 즉 하늘, 땅, 사람을 각각 ㅣ, ㅡ, ㆍ로 형상화하여 본뜬 것입니다. 이는 오늘날에도 휴대폰 메시지 입력방식에도 사용되는 원리이기도 하죠. 나머지 8자는 이들을 서로 조합하여 만들었고, 종성은 초성을 다시 쓰게하면서 종성부용초성(終聲復用初聲)의 원리인 것입니다.

훈민정음은 국어 음운에 따라 완벽에 가까운 음소문자로 만들었지만, 초중성의 글자를 합하여 음절 단위로 적도록 규정했습니다. 이렇게 훈민정음은 한 음절을 聲과 韻으로 이분하는 중국 음운학을 발전시켜서 음절을 초중성의 세단위로 삼분하는 독창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료출처: 백두현(2009) 편저, <훈민정음과 중세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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