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 찾나?


국보급 보물로 평가 받으면서도 소유권 분쟁과정에서 행방이 묘연해진 '훈민정음 해례본(訓民正音 解例本) 상주본'은 과연 안전하게 국민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상주본'을 훔쳐 은닉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인 배모(49)씨가 경우에 따라 '해례본'을 국가에 기증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배씨는 지난 9일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진만)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재판 결과에 관계없이 국가에 기증할 의사가 없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단정할 수는 없으나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증을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무고가 밝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먼저 국가에 위탁해 결과를 보고 기증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 '훈민정음 해례본'은 구속된 배씨가 "자신의 집에서 발견했다"며 2008년 7월 세상에 나왔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2009년 배씨가 찍은 사진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 해례본이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해례본(국보 제70호)과 같이 세종 28년(1446) 훈민정음 반포와 동시에 출간된 것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한 달 뒤 상주에서 골동품상을 하고 있는 조모(67)씨가 "이 해례본은 배씨가 가게에서 고서적을 사 가면서 몰래 훔쳐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배씨는 "집에서 책을 정리하면서 찾은 것"이라며 맞대응했다. 소유권 다툼이 시작되면서 조씨는 배씨를 절도죄로 고소했고, 배씨는 조씨를 무고죄로 맞고소했다.

그러나 이 형사사건은 해례본에 대한 소유권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양측에 '혐의 없음'으로 종결됐고, 조씨는 배씨를 상대로 물품인도 청구소송을 냈다.
3년여에 걸친 재판 끝에 대법원은 지난해 6월 "배씨는 훔친 해례본을 조씨에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이 과정에서 해례본은 사라졌다. 법원과 검찰은 강제집행과 압수수색 등으로 해례본을 찾으려 했으나 확보에 실패했다.

해례본이 이 곳에서 도굴되었다고 주장하는 안동 광흥사 응진전

검찰은 작년 9월 배씨를 문화재보호법 위반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해례본의 행방에 대해 물었지만 배씨는 입을 다물어 왔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배씨에 대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해례본의 행방을 놓고 배씨가 피의사실에 대해 이른바 '거래'를 시도하는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선고공판은 오는 30일 열린다.

한편 이 책은 원래 경북 안동에 있는 광흥사의 나한상에 들어있던 복장유물이었으나 도굴꾼 서모(51)씨에 의해 반출돼 다른 고서들과 함께 500만원을 받고 조씨에게 넘겨졌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조씨는 "해례본은 집안 대대로 이어져 온 가보로 아버지가 물러준 것"이라며 "서씨에게서 책을 구입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대법원으로부터 소유권을 인정받은 조씨는 지난 5월 배씨가 숨겨놓은 이 해례본에 대한 소유권 일체를 국가에 기증했다.
불교신문